華嚴一乘法界圖 (또는 法界圖)
義湘이 法界圖의 첫머리에 이것을 짓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다.
理에 의하고 敎 근거하여 간략한 槃詩를 만들어 이름에만 집착하는 무리들로 하여금 그 이름마저도 없는 참된 根源으로 되돌아가게 하고자 함이다.
의상이 지은 槃詩란 二百十字로 된 간결한 詩(이 詩만을 法性偈라 한다.) 이것을 三國遺事에서는 <法界圖書印>이라 하고, 이 박에 <華嚴一乘法界圖章>, <華嚴法界圖>, <一乘法界圖>, <法界圖章장>, <法性圖>, <海印圖>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海印圖라 할 때, 중요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마음은 바다에 비유된다. 바다는 깊고도 넓다. 바다는 한없는 보배를 간직하고 있으며, 萬像을 비추기도 한다. 마음의 바다 또한 이와 같다. 마음의 바다에 진실한 세계가 비치기를 바랄 때, 거기에 불고 있는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 바람이 자면 파도 또한 자는 법, 파도가 잠든 바다, 거기에 진실한 세계가 나타나고, 그 세계를 일러 海印이라 한다.
번뇌가 잠든 마음의 바다, 그것을 海印三昧라 이름하고, 海印三昧에 따라 진리로운 그 모습을 드러낸다.
義湘이 이름에만 집착하는 무리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세계는 海印三昧를 쫗아 顯現된 “가지가지의 꽃으로 장엄된 一乘의 眞理로운 世界의 모습(華嚴一乘法界圖)이다.
釋迦如來께서 가르치신 그물과 같은 敎法이 포함하는 三種의 世間을 海印三昧을 좇아 印이라는 형식을 취하여 法界圖를 짓게 된다.
海印三昧에 들었을 때에 나타나는 三種의 世間, 器世界(물질의 세계), 衆生世間(인간들의 세계), 그리고 智正覺世間(正覺에 의한 智慧의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특히 法界圖는 흰 종이 위에 붉은 圖印의 길<줄>과 같은 글자를 써서 만들었는데, 이는 三種世間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백지는 器世間을 표한다. 백지는 본래 염색이 되어 있지 않다. 먹으로 점을 찍으니 검고, 朱로 점을 찍으니 붉다. 검은 글자는 衆生世間를 나타낸다. 검은 글자는 모두 다 검고, 하나 하나는 다 같지 않다. 중생도 역시 이와 같다. 煩惱無明이 모두 자신을 어둡게 덮고 있고, 온갖 차별을 나타낸다.
붉게 그린 길(줄)은 智正覺世間을 나타낸다. 붉게 그린 한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끊어짐이 없이 모든 글자들 속에서 연속된 고리를 이루고, 그 빛과 색을 분명히 하고 있다. 佛智도 역시 이와같이 平等廣大하여 두루 중생의 마음에 미친다. 十世가 相應하여 원만하고 밝게 비춰준다.
백지와 검은 글자와 붉은줄이 相互關係속에 있으면서 서로 다른 것과 같이, 三種世間이 融通相攝하여 혼연히 한 덩어리를 이루지만, 그러면서도 門이 각각 달라 분명하고 動하지 않는다고 풀이하고 있다.
世間이란 말은 世界라고 이해해도 좋다. 둘다 시간과 공간에 의해 한계 지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世는 시간을 間이나 界는 공간을 뜻한다.
義湘의 法性偈 / 三十句
A. 自利行
가. 깨달은 내용을 드러냄
1. 法性은 원융하며 두 모습 없고 法性圓融無二相
2. 모든 것 동요 않고 마냥 소요해 諸法不動本來寂
3. 이름과 모양 다 끊어버린 곳 無名無相絶一切
4. 깨달아 안 바라 다른 경지 아닐세 證智所知非餘境
나. 緣起를 드러냄
a. 緣起의 體
5. 眞性은 참으로 깊고도 오묘해 眞性甚深極微妙
6. 自性이 따로 있나 緣에 다라 이룩되지 不守自性隨緣成
b. 陀羅尼의 理와 用에 의한 법의 분별
7. 하나 안에 일체요, 多 안에 하나 一中一切多中一
8. 하나가 곧 일체요. 多가 곧 하나 一即一切多即一
c. 現象界와 관련한 법의 분별
9. 한 티끌 속에 十方世界가 포함되고 一微塵中含十方
10. 모든 티끌 속에 역시 또 그러하다 一切塵中亦如是
d. 시간에 의한 法의 분별
11. 무량한 먼 시간이 곧 한 생각이요 無量遠劫即一念
12. 한 생각이 독 무량한 그 시간이니 一念卽是無量劫
13. 九世와 十世가 서로 부합하지만 九世十世互相即
14. 뒤섞이는 일 없이 간격을 두고 따로 서 있네 仍不雜亂隔別成
e. 修道의 단계에 의한 분별
15. 初發心 때에 그냥 바로 깨달아 初發心時便正覺
16. 生死와 涅槃이 항상 함께 하네 生死涅槃常共和
f. 總論
17. 理와 事가 한결같이 분별이 없으니 理事冥然無分別
18. 十佛과 普賢, 大人의 경지로다. 十佛普賢大人境
B. 利他行
가. 도장모양에 비유해서 말함
19. 능력 있는 사람이 해인삼매 속에서 能人海印三昧中
20. 熾盛하게 나타나는 그 不可思議함이여 繁出如意不思議
나. 이익을 얻음
21. 중생에 유익한 보배로운 비 허공에 가득하니 雨寶益生滿虛空
22. 중생들은 그릇따라 이익을 얻네 重生隨器得利益
C. 修行方法 및 그 利益
가. 修行方法
23. 그러므로 行者가 本際에 되돌아가 是故行者還本際
24. 妄想을 끊어버려 다시는 얻지 않네 回息妄想必不得
25. 걸림 없는 선교방편 뜻대로 쥐고 無緣善巧促女醫
26. 차례로 資糧 얻어 집으로 돌아가 歸家隨分得資糧
나. 修行의 利益
27. 다라니의 한량없는 보배로서 以陀羅尼無盡寶
28. 法界의 實寶殿을 장업하고 莊嚴法界實寶殿
29. 마침내 실제중도의 자리에 앉으니 窮坐實際中道床
30. 옛부터 움직이지 않았건만 佛이라 이름하네 舊來不動名爲佛
한 사람이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꿈속에 삼십여 개의 정거장을 거쳐 돌아다녔다. 깨고 보니 그냥 그 자리에 누워 있지 않는가. 이처럼 근본인 法性으로부터 三十句를 거쳐서 다시 法性에 왔지만 결국은 不動인 그 자리일 다름이다.
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義湘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고 가도 본 자리에 있고, 오고와도 떠난 그 자리에 있다.
行行本處 至至發處
義湘의 法界圖는 二百十字의 詩文을 四角의 圖印에 합친 하나의 작은 印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깊고도 넓은 것이다.
'사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길산(雲吉山) 수종사(水鍾寺) (2) | 2024.12.05 |
---|---|
예천 용문사(龍門寺) 대장전(大藏殿)과 윤장대(輪藏臺) (1) | 2024.10.02 |
화계사(華溪寺) 수복(壽福)하기를 빈다. (0) | 2024.06.25 |
흥천사(興天寺) (0) | 2018.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