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평평한 땅에서 자라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가파른 바위에 애써 꽃을 피우고 있다.
배나무는 하늘을 향해 꽃이 피우고 있다.
배나무 높은 곳까지 올라와야 개미는 삶을 영위함인가
나무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벗는다. 신(神)과 통하고 싶은 모양이다.
꽃을 핀다. 꽃잎이 바래지고 있다. 아직도 때가 아닌가 보다.
땅, 바위에서 삶이 있고, 높은 고공을 올라가야 하는 삶이 있으며, 하늘을 향해야 하는 삶이 있다.
이곳, 불암산(佛巖山)에 학도암(鶴到庵)이 있다.
학도암에는 사찰 앞에 부처님이 계신다.
경주 석굴사(石窟寺) 처럼 부처님 뒤에 부처가 화신(化身)한 마애관음보살좌상(鶴到庵 磨崖觀音菩薩坐像)가 있다.
관음보살 옆에는 소나무가 지켜보고 있다.
부처님은 하늘아래 속세를 보고 계신다.
또 마애사리탑(磨崖舍利塔)을 보고 계신다.
탑 왼쪽에 “청신녀월영영주지탑(淸信女月影靈珠之塔)”과 오른쪽에“환□당선사취근지탑(幻□堂禪師就根之塔)”이라는 명문(銘文)이 있다.
19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승탑(僧塔)이다. 일명 부도이다. 스님의 혼(魂)이 거(居)하고 있다.
승탑 중 가장 화려하고 장엄한 승탑이 법천사(法泉寺) 지광국사(智光國師) 현묘탑(玄妙塔)이다.
현묘탑은 원주가 고향이다. 지광국사현묘탑비(智光國師玄妙塔碑)는 법천사지(法泉寺址)에 있고, 현묘탑과 이별하고 있다. 어쩌다 현묘탑만 이리 저리 옮겨 다니다가, 6.25동란으로 파손되기도 했다.
지금은 경복궁에 전시되어 있다. 현묘탑은 사연이 많다.
현묘탑은 지광국사를 기리기보다는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종교를 떠나 어떤 목적에 의해 왔다 갔다 했다.
스님이 사후에도 학도암(鶴到庵) 승탑(僧塔)처럼 학도암을 찾아오는 이들에게만 스님을 만나고, 지광국사는 쉽게 경복궁에서 만날 수 있다.
살아서도 가지가지의 삶이 있고, 죽어서도 가지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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