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1월 16일(토)
종묘로 가는 길이다.
종묘 숲은 울긋불긋하다
관람객은 가을을 즐기고 있다.
궁궐지킴이 선생님의 해설을 듣기도 한다.
오후엔 가랑비가 내렸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 주렁 달렸다.
여전히 종묘보수공사는 진행 중이다.
낙엽(落葉)이 떨어져서 연못에 집합했다.
낙엽들이 씨끌버끌하다.
낙엽의 소란한 소리가 들린다.
가을의 소리다.
가을의 소리를 노래한, 즉 추성부(秋聲賦)를 그린 화가가 있다.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이다.
발문(跋文)에 구양수(歐陽脩)의 추성부(秋聲賦)가 있다.
秋聲賦(추성부)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曰: “異哉.”
구양자(歐陽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오싹 소름이 끼쳐 귀를 기울여 들고 말하였다.“이상하구나!”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 如波濤夜驚. 風雨驟至,
처음에는 바스락 소리가 나고 나무에 바람 부는 소리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고 파도치는 소리 같이 변하였다.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其觸於物也, 鏦鏦錚錚, 金鐵皆鳴.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랑 쨍그랑 소리내며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또 적진으로 가는 병사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듯,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인마(人馬)가 달리는 소리만 들렸다.
予謂童子, “此何聲也? 汝出視之.”
내가 동자(童子)에게 말하였다.“이게 무슨 소리냐? 너 좀 나가 보아라.”
童子曰: “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동자가 말하였다.“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 인적도 없고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予曰 噫嘻悲哉 此秋聲也 胡爲乎來哉
나는 말했다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 소리구나. 어찌하여 온 것인가?
蓋夫秋之爲狀也, 其色慘淡, 煙霏雲斂, 其容淸明. 天高日晶, 其氣慄冽, 砭人肌骨, 其意蕭條, 山川寂寥.
대저 가을의 모습이란, 그 색은 참담(慘憺)하여 안개는 날아가고 구름은 걷히고, 그 모양은 청명하여 하늘은 드높고 태양은 빛나며, 그 기운은 소름 끼치게 차가워 피부와 뼈를 찌르며, 그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고요하다.
故其爲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그러기에, 그 소리가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한 것이다.
豊草綠縟而爭茂, 佳木葱蘢而可悅,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 其所以摧敗零落者, 乃一氣之餘烈.
풍성한 풀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는 울창하게 우거져 볼 만하더니, 풀은 가을 바람이 스치자 색이 변하고, 나무는 가을을 만나자 잎이 떨어지니, 그 꺾이고 시들어 떨어짐은 가을 기운의 다른 매서움이다.
夫秋刑官也, 於時爲陰; 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가을은 형관(刑官)이니 때로 치면 음(陰)의 때요, 전쟁의 형상이니 오행(五行)으로 따지면 금(金)이요, 천지간의 정의로운 기운이라 하겠으니, 항상 냉엄함이 초목을 죽게 하는 본성(本性)을 지니고 있다.
天之於物, 春生秋實.
하늘은 만물에 대해 봄에는 나고 가을에는 열매 맺게 한다.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商傷也, 物旣老而悲傷; 夷戮也, 物過盛而當殺.그러므로 음악으로 치면, 상성(商聲)으로 서방(西方)의 음을 주관하고 이칙(夷則)으로 7월의 음률이니, 상(商)은 상(傷)의 뜻이매 만물이 노쇠하여 마음이 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夷)는 살육(殺戮)의 뜻이매 만물이 융성을 지나서 죽음을 맞는다.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아! 초목은 무정(無情)하건만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도다.
人爲動物, 惟物之靈,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于中, 必搖其精,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
사람은 동물로서 만물의 영장(靈長)이매, 온갖 마음에 근심을 느끼고 온갖 일에 그 몸이 수고로우니, 마음에 동요가 있으면 언제나 그 정신을 뒤흔드는데,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함을 생각하고 그 지혜로 불가능함을 근심함인가?
宜其渥然丹者爲槁木, 黟然黑者爲星星. 紅顔이
불그스레한 얼굴이 어느새 마른 나무같이 시들어버리고 까맣던 머리가 백발이 되어 버림도 마땅한 일이다.
奈何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
금석(金石)같은 육체도 아니면서 어찌하여 초목과 더불어 번영을 다투려 하는가?
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생각건대 누가 저들을 죽이고 해치는지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원망하랴
童子莫對, 垂頭而睡.
동자는 아무 대답 없이 머리를 받치고 자고 있다.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予之歎息.
단지 사방 벽의 벌레 소리만 찌륵찌륵 들리니, 마치 나의 탄식을 돕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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