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비오는 날이면 종묘 월대가 훤하다.

김시동 2018. 5. 15. 19:00

비오는 날이면 종묘 월대가 훤하다.

특히 폭우가 내릴 때면 사방이 온통 어둠으로 둘러친다.

월대가 더욱 밝다.

 

이 밝음은 빛과 그림자의 빛과도 다르고

어둠과 밝음의 밝음과도 다르다.

 

소나무가 비에 젖어 물방울이 영롱하듯이


소나무 줄기가 명료해지듯이


아이들의 웃음이 맑아지듯이


우산을 뒤집어 쓰고도 즐기듯이


월대에 밝음이 있다.

하늘에서 쫙 내려 온 밝음의 기둥이다.

 

월대는 경건해지고 엄숙하고 신령스러워진다.


월대의 신로가 뚜렷하다.


신로가 상승하고 있다.

신과 만나고 있다.